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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이 재밌는 실험을 할 수 있어 매우 인기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리고 위키피디아에도 "Diet Coke and Mentos Eruption"으로 당당히 등록되어 있는 족보있는 실험이다.
1999년 미국 TV쇼 "Marek's Kid Scientists"에서 이 실험을 소개했는데, 이후로 큰 인기를 얻어 많은 사람들이 따라하곤 했다. 지금도 Youtube를 보면 이 실험을 한 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멘토스와 콜라가 만나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산/염기 반응같은 화학반응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2008년 아팔란치아 대학의 Tonya Coffey가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을 밝혀 내었다.
결론을 미리 밝히면 산/염기 화학반응은 아니며, 여러가지 상승요인이 겹친 물리 반응이다.
Coffey의 논문은 American Journal of Physics, 2008년 2월호에 게재되었으며, 좀 더 보기 쉬운 프리젠테이션도 제공하고 있다.
Coffey는 액체와 거기에 추가하는 시약 이렇게 두가지 주요 변수를 놓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다. 액체는 탄산수, 토닉워터(탄산수에 감미료를 넣은 것), 다이어트 토닉워터, 일반 콜라, 다이어트 콜라, 카페인 없는 콜라 등을 준비했고, 넣는 시약은 민트 멘토스, 과일 멘토스, 라이프세이버(튜브 모양으로 생긴 민트, POLO?), 소금, 흡착제(molecular sieve beads, 미세기공이 많음), 모래 등을 사용했다. 추가적으로 온도도 변수로 삼았다.
이렇게 세가지의 독립변수를 놓고 실험하면서 얼마나 격렬한 반응이 생기는지 확인했다. 얼마나 반응이 격렬했는지는 반응 후 남은 액체의 양과 분출된 액체가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지를 가지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콜라병을 10도 정도 기울여 고정했다.
논지가 별로 어렵지 않고, 여러 독립 변수에 의해 달라지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배울 수 있어 유용하다. 그래서 이 논문의 내용을 최대한 간단히 정리해 본다.
본격적인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Mythbuster의 아래 동영상을 먼저 보기 바란다. 콜라/멘토스 반응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산/염기 반응이 아니다
반응하기 전과 반응한 후 각각 콜라의 pH를 측정해 보았더니 3.0으로 동일했다. 그리고 멘토스의 성분도 염기성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넣는 것 같은 산/염기 반응이 아니다. 그냥 물에 녹아져 있던 탄산이 이산화탄소 기체로 나오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콜라가 산성이기 때문에 베이킹소다를 넣으면 거품이 발생하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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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높을수록 반응이 격렬하다
이산화탄소는 압력을 가하면 물에 더 많이 녹아 들어간다. 이를 헨리의 법칙(Henry's Law)이라 하며, P=Kc 라고 쓴다. 여기서 K는 용매, 용질, 온도에 따라 달리지는 상수다. 콜라-멘토스 실험의 경우 용매, 용질은 정해져 있고, 온도만이 변수다.
직관으로 알 수 있듯이 온도가 높을수록 기체의 운동이 활발해져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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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콜라보다 다이어트 콜라가 더 격렬하다
Coffey는 다양한 콜라를 실험했는데, 확실히 다이어트 콜라가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반면 카페인 함유 여부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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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는 분자간에 약간의 인력이 있기 때문에, 평면 위에 두면 아래 그림처럼 반구 모양을 하게 된다. 이때 평면에서의 접촉각(contact angle)이 클 수록 분자간 인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물은 분자량에 비해 표면장력이 매우 큰 편이다. 그런데 물에 어떤 불순물이 섞이면 표면장력이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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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스는 울퉁불퉁해서 핵생성이 잘된다
공기 중의 작은 물방울(droplet)들이 구름이 되려면, 작은 불순물(clouding seed)이 있어야 한다. 이 불순물에 물방울이 차곡차곡 붙으면서 커다란 구름이 되고, 비가 내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핵생성(nucleation)이라고 한다.
비숫한 상황이 콜라와 멘토스에도 일어난다. 투명한 사이다에 손가락을 한번 넣어보자.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피부 주위에 기포가 들러붙는 걸 볼 수 있다. 이 기포는 점점 커지다가 결국엔 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 경우 손가락의 표면이 핵생성 사이트(nucleation site)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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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멘토스를 전자현미경(SEM)으로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 두개는 하얀삭 민트 멘토스를 확대한 것이고, 오른쪽 두개는 과일 멘토스를 확대한 것이다. 눈으로 보기와는 달리 멘토스의 표면은 매우 거칠거칠하며, 따라서 표면적이 매우 넓다. 이는 넓은 핵생성 사이트를 의미하기 때문에 격렬한 이산화탄소 거품의 생성의 조건이 된다.
By Tonya Coffey |
By Tonya Coffey |
멘토스의 경우 표면이 울퉁불퉁할 뿐 아니라 표면의 코팅이 표면장력을 떨어뜨리는 역할도 해서 더욱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리하면
첫째, 콜라/멘토스 반응은 산과/염기 반응이 아니다.
둘째, 온도가 높을수록 더 큰 폭발이 일어난다.
셋째, 다이어트 콜라에 들어있는 아스파담과 칼륨 벤조에이트가 설탕보다 표면장력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커서 이산화탄소 거품이 쉽게 만들어진다.
넷째, 카페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섯째, 멘토스의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핵생성이 잘되고, 멘토스 코팅에 있는 계면활성제(surfactants) 성분이 표면장력을 더 떨어뜨려 격렬한 반응을 일으킨다.
참고로 앞서 본 Mythbuster 비디오에서는 과일 멘토스가 코팅이 되어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설명은 잘못 되었다. 전자현미경 사진에서 보았듯이 과일 멘토스 표면도 울퉁불퉁하다. 실제 실험해보면 다이어트 콜라에서는 민트 멘토스보다 과일 멘토스가 더 격렬하다.
마지막으로 콜라/멘토스 반응을 예술로 승화시킨 EppyBird 팀을 소개한다. 아래 EppyBird의 비디오를 보면 특별한 장치를 만들어서 멘토스가 한꺼번에 떨어지도록 하고, 별도의 조그만 구멍(노즐)을 뚫어서 더 강한 압력으로 이산화탄소가 분출되도록 한 것을 볼 수 있다.
세상엔 참 희안한 인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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