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1일 월요일

왜 설탕은 소금보다 물에 잘 녹을까?

앞 글에서 어떤 물질의 결정을 만드려면 가열한 상태에서 물질을 녹여 포화시킨 뒤, 용액을 식혀 과포화 용액을 만들면 된다고 배웠다.

집에 있는 설탕과 소금으로도 결정을 만들 수 있는데... 실제로 녹여보면 소금보다 설탕이 훨씬 더 잘 녹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얼핏 생각하면 소금은 매우 간단한 무기염이고 설탕은 복잡한 유기물이어서 소금이 더 잘 녹을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이다.

어떤 물질이 물에 녹는다는게 어떤 의미이고, 왜 소금보다 설탕이 더 잘 녹는지 살펴보자.

설탕이 소금보다 얼마나 더 잘 녹나?


온도에 변화를 주면서 100ml의 물에 설탕과 소금을 포화상태까지 녹일 수 있는 양을 그래프로 그리면 아래와 같다. 같은 온도에서 녹는 질량도 설탕이 훨씬 많지만, 물의 온도를 올렸을 때 설탕이 훨신 더 많은 양을 녹임을 볼 수 있다.

From American Chemical Society
이 도표를 보면 설탕 과포화용액을 만들기 쉽고, 결정도 더 잘 만들어짐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소금은 물의 온도 변화에 대해 녹는 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소금 결정을 만들려면 온도를 이용하여 과포화용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소금은 어떻게 물에 녹는걸까?


우리가 음식에 넣어먹는 소금(salt)의 과학적 명칭은 염화나트륨(NaCl)이다. 염화나트륨은 외곽 전자껍질의 전자를 잘 내놓는 Na 양이온과 전자를 잘 흡수하는 Cl 음이온이 이온결합한 분자이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달라붙듯 양이온과 음이온은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염화나트륨 결정 From ScienceNotes.org

한편 물분자(H2O)도 극성(polarity)이 있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는 전자를 공유함으로서 안정을 취하는 공유결합 방식으로 분자를 구성한다. 그런자 전자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물분자 내의 위치에 따라 +를 띄기도 하고 -를 띄기도 한다.

아래 물 분자의 그림은 극성이 생기는 이유와 분포를 보여준다. 수소 원자에 속한 전자는 산소 원자와 공유를 하게 되는데, 산소의 전기음성도(electronegativity)가 크기 때문에 전자가 산소 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 결과 물 분자의 수소 쪽은 양전하를 띄고 산소 쪽은 음전하를 띈다. 이렇게 분자 자체가 전기적인 쏠림이 있으면 극성이 있다고 한다.
From Wikipedia
자 이제 소금이 물에 녹는 이야기를 해 보자. 소금은 결정의 형태로 우리 눈에 보인다. 소금이 물에 들어가면 물 분자가 가진 극성에 의해 Na 이온과 Cl 이온으로 분리되어 물에 포위된다. 이렇게 결정이 원자 혹은 분자 단위로 쪼개지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이것이 바로 물에 녹는다는 의미이다.

From socratic

From Indiana University

물에 잘 녹는 물질은 물 분자의 극성에 원자나 분자로 쪼개질 수 있는 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름이 물에 녹지 않는 이유는 기름 분자(지방산)가 극성이 없기 때문이다.

포화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어떤 물질이 용매에 더 이상 녹지 않고 가라앉을 때, 우리는 포화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포화라는 건 사실 이런 정적인 상황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포화의 정확한 의미는 어떤 물질이 물에 녹는 속도와 물에서 나와 다시 결정이 되는 속도가 동일하여 평형을 이루는 것을 뜻한다. 역동적인 상황이지만 묘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이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설탕은 왜 물에 녹는걸까?


설탕이 왜 물에 녹는지 알려면 설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먹는 설탕은 탄수화물(carbohydrate)의 일종으로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이 결합된 것이다. 과학적 명칭은 수크로스(sucrose, 자당)이며, 화학식은 C12H22O11로 아래 그림과 같은 복잡한 모양을 가진다.

From American Chemical Society

수크로스는 OH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산소와 수소의 전기음성도 차이에 의해 OH기의 산소 원자는 음전하를 수소 원자는 양전하를 띄게 된다. 즉 수크로스도 복잡한 모양이지만 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극성 때문에 설탕도 수크로스 분자끼리 결정을 이룰 수 있다.

From inquiryinaction.org
설탕 분자가 물에 녹는 과정은 다음 그림과 같다. 물 분자의 극성에 의해 수크로스 분자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 물 분자에 포위되면서 녹게 된다. 이런 과정은 앞서 본 소금과 같은 메카니즘이다.

From American Chemical Society
그런데 왜 설탕과 같이 복잡한 물질이 물에 더 잘 녹는 것일까? 그 이유는 수크로스 같이 정전기 인력에 의한 분자의 결합력 보다는 소금의 이온 결합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수크로스 분자간의 결합력이 작기 때문에 물에 더 잘 녹게 되는 것이며, 온도가 올라갈 수록 물 분자의 활동도 더 활발해져서 수크로스 분자를 잘 떼어낸다.

뜨거운 물에 설탕을 과포화시키면 다 녹긴 하는데 점도가 높아지면서 우리가 흔히 보는 시럽(syrup)과 같은 형태가 된다.

설탕 결정 만들기


설탕 결정 만들기는 간단하다.  끓는 물에 설탕을 포화시킨 다음, 응결핵이 되는 꼬챙이에 설탕을 묻혀 설탕물에 넣고 식히면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일주일 정도 기다리면 아래 사진과 같은 록캔디(rock candy)를 만들 수 있다. 식용 색소를 넣으면 예쁜 사탕이 된다.


이 록캔디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어 보았다. 육각 기둥 모양의 설탕 결정 모양을 볼 수 있다.



이 글은 아이와 함께 즐기는 과학 실험을 소개하는 <아이와 함께 하는 부엌 실험실>의 보충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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