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닉슨 대통령 박물관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지만, 캘리포니아 출신 대통령은 놀랍게도 단 한명 뿐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리차드 닉슨(Richard Nixon, 1913~1994)이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대중들에게 사랑받던 대통령이었다. 베트남전 이후 냉전을 완화하고 모택동의 중국과 수교하는 등 세계 평화에 기여한바가 적지 않았다.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미국인들은 전임 대통령들을 매우 존경하는 문화가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 유일의 대통령이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더 받는 듯 하다.

이 여행에서 묵었던 숙소가 닉슨 박물관에 가까워서 일정이 없는 주말에 잠시 들러 보았다. 닉슨 박물관은 조용한 교외도시인 요바린다(Yorba Linda)에 있다. 분위기가 정말 좋은 곳이다.

요바린다 대로에 있는 클래식한 흰색 건물이어서 쉽게 눈에 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일부 공사중이어서 전체 관람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입장료를 좀 깎아주더라.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것은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Seal of the President of the Unite States)와 피아노, 그리고 닉슨의 사진이다. 


엄숙한 분위기의 복도를 따라 이동한다. 


복도의 끝에는 백악관의 이스트윙을 본딴 공간이 나온다. 넓은 홀이어서 행사도 가끔 열리는 듯 하다. 저 연단에서 마치 대통령인 것처럼 포즈를 취해볼 수도 있다. 친절한 노부부가 우리 가족 기념사진도 찍어주었다.


복도 반대쪽에도 전시물이 있지만, 그곳이 공사중이라 가보진 못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왔다. ㄷ자 건물의 가운데는 거울 연못이 있다. 잘 관리된 정원이다.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닉슨 대통령 부부의 묘가 나온다. 대통령의 묘 치고는 소박한 편이다.


묘 뒤에는 닉슨 대통령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이 곳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서 들어갈 수 있어, 안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된다. 들어가보면 집이 참 작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방도 식탁도 부엌도 모두 작다. 가이드가 이것저것 자세히 설명하는데, 미국인들은 참 진진하게 듣더라. 우리야 머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 잘 모르니...


생가 앞에는 대통령이 타던 헬기(Army One)가 전시되어 있다. 이 역시 가이드의 안내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고, 사진촬영은 금지된다. 이 헬기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재밌는 스토리를 얘기해주던데, 까먹었다.... :(


한켠에는 소규모 극장이 있다. 닉슨의 일대기나 닉슨과 관련된 영화를 상영하는 것 같다. 역시 몇몇 미국인들이 진지하게 보고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 페니 프레스를 이용해 헬기 문양을 찍어서 가졌다.


사실 자기나라 대통령도 아니고 케네디처럼 유명한 대통령도 아니라 한국인에게 큰 재미는 없다. 한국에 온 관광객들이 청와대나 청와대 사랑채를 방문하듯, 서부에서 그런 기분을 낼 수 있는 곳이 대통령 박물관이다. 워싱턴 DC는 너무 머니까.

참고로 LA 북쪽에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박물관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헐리우드에서 배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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