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3일 월요일

그리피스 천문대 (Griffith Observatory)

아들이 우주, 태양계, 지구의 역사 머 이런거 좋아한다. 그래서 천문대도 여러번 갔었다.

LA 북쪽 헐리우드산에도 오래된 그리피스 천문대가 있다. 아들에게는 당연히 가야하는 코스다. 그런데 난 사실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다. 출장 끝나고 돌아갈 때 비행기 시간이 남으면 들르곤 했기 때문이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그리피스라는 분이 땅과 건물을 기증해서 1935년에 오픈한 천문대다. 관측시설과 전시장 등을 갖춘 복합 시설로 오랫동안 LA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설립 초기부터 무료로 개방되었고, 밤 10시까지 오픈하기 때문에 멋진 LA 야경도 즐길 수 있다. (서울만큼 멋지진 않지만...)

주말에만 와봤는데, 늘 주차가 문제였다. 주차장은 늘 자리가 없었고, 근처 도로 갓길에 대고 걸어 올라가야 했다. 거리야 얼마 안되지만 그늘이 없기에 더운 여름엔 곤혹스러울 수 있다.

천문대에 가까이 오면 멀리 헐리우드 사인이 보인다. 사진을 보면 길가에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가 천문대 앞이다. 천문대 건물은 고풍스럽고 멋지다.


가운데 큰 문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푸코의 진자(Foucault's Pendulum)다. 19세기의 프랑스 과학자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한 장치이다. 추는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궤적이 조금씩 회전하게 된다. 바닥을 들여다 보면 조그만 도미노 같은 걸 세워뒀는데 추가 회전하면서 하나씩 넘어뜨리게 된다.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은 여기 주기율표이다. 주기율에 해당하는 원소를 실제로 같이 넣어 두어서 더 실감난다. 고체나 액체인 것은 그냥 넣어두면 되는데 기체인 것은 병 속에 담아 두었다. 이런 재밌는 전시물을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다.

천문대에 주기율표가 있는 것도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사실 우주의 구성요소는 모두 이런 원소들이기 때문에 (심지어 사람도 이 원소들로 이루어졌으니) 당연히 다루어져야 할 분야일테다.


1층 전시장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나라 천문대에는 아이들이 많은데, 여기는 어른들, 특히 관광객들이 많더라. 여유롭게 즐기려면 평일에 오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이 전시물은 별의 일생에 대한 것인데, 아들이 뭐라뭐라 열심히 나에게 설명하더라.


천문대에는 아름다운 테라스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LA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서울과 달리 높은 빌딩은 저 멀리 한줌 보인다. 대부분 낮은 주택들로 이어져 있다. LA 카운티의 인구가 천만이라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물론 면적은 서울의 2배에 가깝지만...

여기서 내려다보니 LA도 미세먼지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현지인의 얘기를 들으니 몇년새 더 심해졌다고 한다. 가뭄과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쪽 켠에는 천체관측을 하는 망원경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실제 망원경으로 행성을 관찰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물론 천정에 붙은 토성 그림을 보는 것이지만...


천문대에 가면 있는 플래네타리움(Planetarium)이 여기도 있다. 다른 곳은 모두 무료인데 여기는 돈을 받는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한데다가 현장 판매밖에 하지 않는다.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모르고 지나쳤는데, 지하에도 큰 전시 공간이 있다. 지하에서는 각종 운석들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미국 땅에 떨어졌던 것이란다. 아들은 진작부터 아리조나 운석구에 가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만져보고 쓰다듬고 하더라. 그런데 쇳덩이라 쇠냄새가 엄청 난다.


천정에 태양계 행성들이 달려있다. 아들이 좋아하는 거다. 더 어릴때 갔던 천문대에선 태양계 행성들을 껴안고 난리도 아니었다. 여긴 높이 매달려 있으니 그냥 보기만 할 뿐.


시간이 되면 설명도 해주는데, 너무 짧고 피상적이라 좀 실망이었다. 하긴 관광객을 대상으로 과학 강연을 할 수도 없고...


인상적인 전시물인데... 목성의 표면이 왜 그런 모양인지 보여준다. 이것을 회전시키면 안쪽의 유체가 소용돌이 치면서 목성 표면과 비슷한 모양이 만들어진다. 아들도 재미있어 하더라.


여기도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사실 좀 두려웠다. 황당한 걸 사달라 할까봐. 다행히 스페이스셔틀 장난감으로 합의를 봤다.

그리피스 천문대를 그냥 관광으로 오기엔 좀 아깝다. 평일에 와서 진지하게 살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참고로 그리피스 천문대는 제임스딘의 "이유없는 반항"의 촬영지였고, 최근 개봉한 라라랜드에도 상당한 분량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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