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9일 토요일

Harry Potter와 Nintendo

 영어책 읽기를 하면서 언젠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 해리포터였다.
일단 양 자체도 어마하고 무엇보다 글씨가 너무 작아,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다. 영화를 먼저 보여주면 관심을 가지고 읽을까 싶어서 영화 1편을 먼저 보여줬는데 초반부만 보고 재미없단다. 그것이 작년, 3학년 말이다.

그러던 것이 4학년 1학기에 반 친구들이 해리포터를 재미있게 읽는다고 자기도 읽어보고 싶다고 말하는게 아닌가. 기회는 이때다 싶어 한글책으로 읽어도 상관은 없지만 책은 원서로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꼬셨다. 고민하던 산이가 느닷없이 "엄마, 내가 원서로 해리포터 다 읽으면 닌텐도 오디세이 사주세요." 이런다. 그 때 당시 친구집에서 마리오카트를 한 번 해보고서 스위치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던 중이었다. 가격을 알아보니 뜨헉!! 아니..무슨 게임이 이렇게 비싸! 한참을 고민했다. 이유없이 그냥은 못사준다.




책 읽히겠다고 게임을 사준다는게 맞는건가. 그렇다고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그런데 남편이 옆에서 계속 산이 편을 든다. 슈퍼마리오는 괜찮다. 그리고 하루에 하는 시간을 정하면 될 거 아니냐.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본인이 하고 싶었던게야..

우여곡절 끝에 다 읽으면 사주는 걸로! 반신반의 했지만 다 못읽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약속을 하고 말았다.

해리포터는 영국판과 미국판이 있는데 각 나라마다 사용하는 어휘가 조금씩 달라 약간씩 표기상 차이가 있을 뿐 큰 영향은 없다. 읽는 사람인 산이한테 고르라고 했더니, 아주 단순한 이유.. 7권이 만나서 호그와트를 만든다고, 망설임없이 미국판이다.  ㅋ ㅋ
책을 살 때만해도 의심가득. 과연 읽겠나 싶어 1, 2권은 음원 CD도 샀다. 그런데 빨리 읽고 싶은 욕심때문이었을까, 안 듣고 읽겠단다. CD 아까비..흑

7월부터 읽기 시작해서 1, 2, 3권은 수월하게 읽었다. 8월 중순쯤 남편을 따라 미국에 한 달간 다녀왔는데 4권을 가지고 갔었다. 도착해서 11일간 여행을 했는데 그러면서 독서 리듬이 깨졌다. 4권 진도가 안나간다. 본인도 게임기는 사고 싶은데 책은 안읽히고..ㅋ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게다. 

이대로 포기하나 싶을 때 2년전 미국에 갔을 때 들렸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사진을 들이 밀었다. 그때 내가 여기가 그 유명한 해리포터 스튜디오란다. 저 기차를 9 3/4 승강장에서 타는거야. 여기가 디아곤 앨리고 너도 원하면 wand 하나 사줄게..했건만.
날씨도 더운데 여기를 왜 끌고 왔냐며 실내로 들어가자고 난리난리를..ㅜ ㅜ 




저 사진을 보더니 내가 갔던 곳이 저기냐며.. 그래..아들아~ 니가 갔었단다. 기차 앞에서도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데 어찌나 짜증을 내던지. 이제와서 가지고 난리였다. 또 가자고.
미국 땅덩어리가 웬만큼 커야지.  실리콘밸리 근처에 있던 우리가 가기엔 너무 먼 거리였고.. 마트에서 발견한 이 잡지로 위로를 삼았다. 
해리포터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백과사전 격이다. 끝에 나온 가계도를 보고 지니와 결혼하는 걸 알았다는..ㅋ


뭔가 불끈했는지 다행이 그 이후로 마의 5권을 술술 넘어, 가장 재미없다는 6권을 지나 7권은 금새 끝냈다. 그것이 12월22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닌텐도를 받았다. 게임에 대한 집착이 저 긴책을 읽어내는구나! 무습다!!

오디세이는 하루에 30분정도 하자고 약속했지만, 물론 30분에서 딱 끝나진 않는다..ㅜ ㅜ
30분에서 한시간 정도인 것 같다. 나도 해보니 30분이 후딱가네 ㅋ ㅋ

해리포터를 읽고 모든 글을 이해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즐겁게 읽다보니 거대한 양의 산을 넘었고 그렇게 버텨낸 힘으로 이제 어떤 책을 접해도 겁은 내지 않는다. 한동안 환타지를 달렸으니 양서도 중간중간 접하면서 읽기의 내실을 다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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